알파고, 확률 예측이 1%라도 정확한 쪽이 이기는 이유 Etc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이미 1대국 전에 5:0 이라고 적어 놨으니 [링크], 더 이상 게임 결과에 대해 예상하고 언급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지금의 알파고가 어느 정도 단계인지 생각해 보는 건 재미있을 것 같다. 컴퓨터가 직관을 갖게 되었고 그게 인간 직관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인간이 컴퓨터를 이길 수 없다는 의견 [링크] 을 냈는데 그게 별로 공감을 얻고 있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편에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모든 기보를 알고 있고, 더구나 1000개가 넘는 병렬처리에, 외부로 연결된 네트웍을 통해 커닝까지 하고 있다고 반칙이고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초등학교 다닐 때 봤던 TV프로그램이 기억난다. 암산왕과 전자계산기의 대결.. 암산왕이 이겼다. 하지만 컴퓨터였다면.. 아마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암산과 컴퓨터의 대결이 펼쳐졌을 것이다. 그때도 반칙이라느니 무효라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라지는 일자리들을 받아 들이기 힘들었을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인간보다 나은 것은 당연하게 받아 들여졌고, 계산이 필요한 일들은 당연히 컴퓨터에게 맡기게 되었다.

십수년 전에 있었던 체스 게임에서의 대결.. 그때도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컴퓨터가 반칙이라고 했다. 그때는 오히려 딥블루의 프로세스가 수만개 였으니, 지금 알파고가 1000: 1이라 불공정 하다고 하는 것보다 더했으리라.. 그때도 컴퓨터가 지능을 가지고 체스를 두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우의 수를 따져보는게  단순한 계산만은 아니었다. 2차원 보드 상에서 경우의 수의 트리를 탐색하는 알고리즘도 몇 십년 동안 연구되어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그걸 구현하는 것도,  나도 학부과정 때 체스보다 훨씬 간단한 오목을 구현해 본 적이 있는데, 코딩 실력이 시원치 않아서 그랬는지 꽤나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그건 결국  간단한 로직과 자료구조였다. 계산에 로직과 자료구조가 더해지니  컴퓨터가 무슨 사고를 가진 존재처럼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류의 트리 탐색이 일상에서는 그렇게 많이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래도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면 컴퓨터가 이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 계산을 할 수 없는 바둑 게임은 컴퓨터가 이길 수 없는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알파고는 이러한 로직에 더해 추가로 확률도 분석한다. 모든 것을 계산해 볼 수 없으니 확률이 높은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카드카운팅을 할 수 없는 사람이 확률이 높은 쪽으로 베팅하는 것과 동일하고, 정치, 경제, 모든 면에서 끝까지 수를 계산할 수 없는 인간이 판단하고 움직이는 방식과 동일하다. 그렇다고, 인간과 동일한 지능 수준이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다만, 그 확률을 생각하는 방식은 인간의 직관과 동일하다. 인간의 직관이라는게 왜인지 설명할 수 없지만 어떤 답을 내놓는 것인데 , 그 원리는 결국 DNA에 새겨진 선대의 기억을 비롯하여, 학습과 훈련, 경험을 통해 형성된 신경세포망의 구조를 통해 자동으로 나오는 답이다. 이러한 직관을 모방한게 현재 알파고에 사용된 딥러닝, 심층신경망이다. 학습데이터를 통해 주어진 input에 대한 output을 내놓는 장치.
러프하게 생각해보면 직관은 우뇌의 작용, 논리적 사고와 자의식은 좌뇌의 작용이 아닐까 싶다.  재미를 위해 컴퓨터와 두뇌를 비유해보면 좌뇌는 CPU, 자의식은 운영체제 쯤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직관을 제공하는 우뇌는?  그게 알파고가 사용한 GPGPU에서 돌아가는 심층신경망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다시, 확률로 돌아가 보자.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한 근거는 확률 예측의 정확도가 알파고가 더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직관을 통한 예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데이터의 양과 질이다. 사람들 간에도 직관의 우위는  경험과 연륜이 아닌가. 알파고는 이세돌9단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알파고의 정확도가 더 높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알파고도 틀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이 이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 5:0 이라는 퍼펙트 스코어를 생각했을까 ? 동전 던지기를 하는데 1%를 더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치자.. 한 번씩 동전을 던지는 게임이라면 5게임해서 3:2 가 될 수도 있고, 0:5가 될 수 있다. 그런데, 100번을 던져서 더 많이 나오는 쪽이 이기는게 1 게임이라면, 아니 천번, 만번 던진다면. 그때는 1%라도 높은 쪽이 퍼텍트 스코어가 될 수 있다. 바둑은 한 수 한 수 예측이 확률 게임이다. 그러니 20수만 내다 보아도  수많은 확률이 누적되는 게임인 것이다.  이것이 5:0을 예상했던 이유다.

확률 계산기라고 할 수 있는 직관, 알파고는 기존의 트리 탐색이라는 로직에 더해서 확률 계산기가 하나 추가된 프로그램일 뿐이다. 컴퓨터의 확률 계산기가 인간 보다 나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더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지나면 이것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지지 싶다.



덧글

  • 트레버 2016/03/12 15:24 # 답글

    어줍잖은 소견이긴 한데 이세돌씨가 이길 확률은 굉장히 낮지 않을까요? 사실 바둑에서 알파고와 인간의 차이는 직관과 확률이라고 보거든요. 초중반 단계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이세돌씨가 크게 앞서나가지 못하면 후반은 참 어려울듯. 인간은 경험적인 직관으로 실리와 형세를 판단해 두지만 알파고는 데이터상 확률이 큰 곳으로 착점하니 그 확률이 빗나가기 좋은 초중반에서 차이를 벌리지 못하면...근데 알파고는 초반에도 딱히 못하지는 않은 것 같아서..주륵
  • 최대선 2016/03/12 18:48 #

    저도 초반에 크게 벌리면, 어떻게 이길 확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만..
    오늘 글에 쓴 것처럼 이미 알파고의 패턴인식이 1%라도 앞선 것이 확인된 이상 동전을 100만번쯤 던지는 이게임에서 질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 트레버 2016/03/12 15:40 # 답글

    근데 이번 알파고의 성공적인 데뷔가 인공지능 개발, 연구에 자본을 모을 수 있을까요? 사실 여태껏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는 분야에선 인공지능이 사용 되어 온 걸로 아는데...
  • 최대선 2016/03/12 18:50 #

    우리나라 잘 아시잖아요.. 냄비..

    세계적으로는 딥러닝이 인공지능을 회춘시킨 이래 이미 몇 년전 부터 IT 자이언트들 부터 난리였었죠..

    알파고는 이미 그것의 중간 결과물이고요.

  • 지나다 2016/03/12 22:15 # 삭제 답글

    님 주장대로면 하수기보를 더 많이 학습했을 테니 확률이 높은 하수의 수를 골라낸 것이 고수를 꺽은 방법이네여. 그리고 확률이라는 것이 1%라도 현실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주식시장에서 확률만 가지고 투자했다간 쪽박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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